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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꽃샘추위도 녹여버린 아름다운레이스” -2013 뷰티플레이스 후기



"꽃샘추위도 녹여버린 아름다운레이스"
–  2013 뷰티플레이스 후기-

 

2013317.
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아침인데, 광화문광장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습니다.
오늘은 <2013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4회 동아마라톤대회>가 열리는 날입니다.

 

 

분주한 사람들 사이로, 연두색 앞치마를 두른 분들이 보였습니다.
이분들은 바로 <뷰티풀레이스>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 일요일 아침의 달콤한 늦잠도 뿌리치고 달려온,
아름다운 활동천사 입니다!

 

서울국제마라톤은 2006년부터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<뷰티풀레이스>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.
뷰티풀레이스란, 마라톤 선수들이 출발 전 체온유지를 위해 비닐옷을 입는 대신, 잘 입지 않는 옷들을 입고 있다가
출발 시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해주시는 캠페인입니다.
그동안 진행된 뷰티풀레이스에서 기증된 의류는 약 59천여점으로 아름다운가게의 정성어린 손길을 거쳐
새주인에게는 산뜻함을, 어려운 이웃에게는 따뜻함을 전했습니다.
환경에 공해를 일으키는 일회용 비닐 보온복보다는, 여러 의미로 훨씬 따뜻한 보온복일 것 같네요^^

 

 
날이 밝고 선수들이 모이기 전, 우리는 선수대기 구역 양쪽에 기증함을 설치하는 작업을 했습니다. A구역부터 E구역까지 총 40개의 박스를 설치했답니다. 지금은 텅 비어있지만, 곧 시민들의 따스한 마음으로 채워질 박스들이었습니다. 기증함 앞에는 뷰티풀레이스 기증함이라는 현수막을 붙여 많은 분들이 쉽게 알아보실 수 있도록 만발의 준비를 마쳤습니다.
 

 

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이 점점 모이자, 활동천사님들은 본격적으로 마라톤 선수분들에게 뷰티풀레이스를 알리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.
아직 뷰티풀레이스를 모르시는 분들께는 내년에는 참여하실 수 있도록 알려드리고, 보온복을 기증해주시는 분들께는
뷰티풀레이서로 임명하는 스티커도 붙여드렸습니다8년째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이라 그런지, 마라톤에 여러 번 참여하셔서 이미 캠페인을 잘 알고 계신 선수분들도 계셨습니다.
그런 분들을 만나면 반가움과 함께 나 역시 이 캠페인의 일부라는 생각에 자랑스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.
 

 

이날 캠페인의 최고 인기쟁이는 우리 “쫑쫑이지구가 아니였을까 싶은데요, 뭇 선수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으며
뷰티풀레이스 캠페인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활동해주셨답니다^^
국제마라톤대회답게 외국인 참가자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.
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혀 어떻게 말씀을 드리나고민하고 있던 그 때, 영웅처럼 나타나서 외국인들에게
뷰티풀레이스를 설명해주신 덕성여고 봉사동아리 인터랙트 활동천사님들, 정말 멋있었습니다.

 

대회가 곧 시작될 텐데도 기증함은 아직 바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. 오늘은 왜 유독 참여율이 저조한 걸까 하며 속상해하고 있던 찰나, 선수들의 몸풀기가 시작되었습니다. 이때부터 선수들은 하나둘 겉옷을 벗으시더니 뷰티풀레이스 기증함으로 다가오셨습니다. 한 분, 두 분, 입고 있던 옷을 건네주실 때마다 기증함이 채워지는 만큼 제 가슴도 따스함으로 차오르고 있었습니다. 다 채워질 거라 믿기 어려웠던 40개의 박스들이 시민들의 소중한 마음으로 조금씩 채워지고 있었습니다.
 

 

선수들이 출발하고 난 자리, 미처 전해주시지 못한 옷가지들까지 모두 수거하여 기증함에 넣으니, 과연 채울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커보였던 기증함은 어느새 시민들의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. 활동천사님들과 함께 기증함을 나르면서 마치 만선을 한 어선의 선원처럼 든든하고 기쁜 마음으로 캠페인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. 한편, 선수들이 떠난 자리에 유령처럼 뒹굴고 있는 일회용 비닐옷을 보면서, 아직도 아름다운가게가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.

 

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로 우리는 오늘 또 이렇게 많은 사명과 책임을 받고 말았습니다. 시민들께서 기증해주신,
추억과 역사가 담긴 기증품들로 이번엔 어느 어두운 곳에서 웅크리고 있을 춥고 외로운 이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
있을까 생각하면 또다시 가슴이 뭉클합니다.

 

 

 

건네주신 기증품 한 점 한 점에 깃들어있던 참가자분들의 온기를
잊지 않으며, 선수들처럼 우리 아름다운가게도 지치지 않고! 오래! 멀리! 달리고자 합니다.

 

우리 모두 힘내요^^

 

: 아름다운가게 경해진 간사
사진 : 아름다운가게 홍보팀